전라남도 구례군 간전면은 지리산 자락에 안긴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한때 활기차던 학교였던 간전중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2011년에 폐교되었지만, 그 이후 이곳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자연, 예술, 마을 공동체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지리산 자락 폐교, ‘자연과 예술의 쉼터’로 다시 열다
간전중학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의 중심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례 지역 전반의 인구 감소와 학령인구 축소로 2011년 결국 폐교되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사라질 뻔했던 공간은, 2016년부터 구례군청과 문화재단의 공동 기획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간전 예술정원’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나 카페를 넘어, 자연과 예술, 휴식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옛 교실은 전시관과 공방, 음악실 등으로 리모델링되었고, 운동장은 야외 조각공원과 명상 정원으로 꾸며졌습니다.
특히 지리산 둘레길과 인접해 있어 등산객과 트레킹 관광객의 쉼터로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계절마다 열리는 ‘지리산 예술장터’는 전국 각지의 예술가들과 핸드메이드 작가들의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외부 관광객의 유입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술과 생태를 엮다: 간전중의 생태문화 교육 프로젝트
간전중학교의 재탄생은 단순한 건축적 리모델링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엮어낸 생태문화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기획이 핵심이었습니다. 구례는 본래 생태와 치유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으며, 특히 자연농법, 약초, 전통 장류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많습니다.
이 점을 살려 간전중은 ‘자연 기반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자연염색 워크숍’, ‘야생화 그리기 수업’, ‘지리산 차 만들기 클래스’ 등으로, 이 프로그램은 예술가와 지역 농민이 함께 기획해 운영됩니다. 참가자는 수도권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지역의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수업도 진행 중입니다. 구례군 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폐교에서의 하루 수업’은, 학생들에게 자연 속에서 느림과 창작의 가치를 전해주고, 농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살아있는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교육청, 지자체, 문화재단의 협업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지역민과 외부인의 접점이 생기는 유의미한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의 손으로, 자발적인 문화 주체가 되다
무엇보다 간전중학교 활용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주민이 주체로 나선 문화 운영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외부 기획자가 중심이었지만, 점차 프로그램 운영과 공간 관리에 지역 주민이 적극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간전면 마을 공동체 회의체에서 월별 기획회의를 열고, 공간 운영 일정과 대관을 주민 스스로 결정합니다.
마을 부녀회는 ‘간전문화밥상’이라는 이름의 지역 먹거리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예술행사나 워크숍이 있는 날에는 방문객에게 직접 지은 밥상을 제공합니다. 단순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진짜 ‘생활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귀촌 청년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활동하다 귀촌한 도예 작가가 간전중학교 내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주민 대상 도예 수업을 개설했고, 이는 소소한 지역 경제 순환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외부 전문가가 잠시 다녀가며 남긴 흔적이 아닌, 마을 스스로의 문화기획력과 자율성을 키우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간전중은 지역민에게 ‘추억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마을과 자연, 예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학교
전라남도 구례 간전중학교의 사례는 폐교 활용이 단순한 재개발이나 임시 행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자연이라는 자원, 예술이라는 매개, 마을이라는 주체가 어우러져 ‘버려진 공간’이 ‘가장 살기 좋은 공간’으로 변화한 기적 같은 사례입니다.
이제 간전중학교는 구례를 찾는 사람들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싶고 다시 오고 싶은 문화 힐링 거점이 되었습니다. 폐교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그것을 실현하는 열쇠는 지역 주민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간전중이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