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교정이, 이제는 지역의 문화를 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고한초등학교’는 2015년 폐교 후 방치된 건물이었지만, 이제는 ‘고한사북 남면 신동 지역의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폐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역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폐교에서 문화 플랫폼으로: 고한초의 변신 스토리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했던 고한초등학교는 과거 탄광 마을의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였습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의 쇠퇴와 함께 지역 인구가 급감하면서 결국 2015년 폐교되었고, 학교 건물은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폐허’라는 이미지에 가까웠던 이 공간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한 것은 정선군과 지역 주민,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의 협업 덕분이었습니다. 2020년, ‘폐교 활용 공모사업’에 선정된 고한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습니다.
교실은 전시실과 창작 스튜디오, 소규모 공연장이 되었고, 운동장은 지역 플리마켓과 야외 음악회를 위한 열린 광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놀이터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며, 교무실은 지역 예술인의 창작실로 바뀌었습니다. 한때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역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만든 문화 생태계
고한초의 리모델링은 단순히 건물을 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중심인 공간 재생’을 실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정선군은 문화도시사업과 연계해 예술가들을 초청 레지던시 형식으로 이곳에 머물게 했고, 지역 주민과 함께 다양한 공동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광 마을 이야기 전시회’, ‘지역민 구술사 아카이빙 프로젝트’, ‘우리동네 영화제’ 등 수많은 문화행사가 탄생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인근의 중·장년층 주민과 귀촌 청년, 문화기획자들이었으며, 이들이 함께 기획과 운영을 주도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이 강사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수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 전통음식 강좌나 수공예 수업, 탄광 유산을 테마로 한 사진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지역민은 수혜자에서 ‘주체자’로 거듭났습니다.
이러한 공동 기획은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고한초는 ‘버려진 학교’에서 ‘함께 나누는 학교’로 완전히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폐교의 문화화, 지역에 가져온 경제·사회적 변화
고한초의 문화공간화는 단순히 예술을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역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외지 관광객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고한 골목길 여행’과 ‘고한 예술 거리 축제’는 SNS와 입소문을 타고 젊은 층의 방문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이 증가했으며, 고한초 일대의 공실률이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문화공간에서 열린 벼룩시장이나 주민 참여형 축제는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문화가 ‘수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고한읍의 젊은 귀촌 인구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사라지는 마을’이 아닌 ‘다시 살아나는 마을’로 인식이 바뀌면서, 예술가와 청년 창업자들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주민의 삶의 태도와 관계의 변화였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은 날, 마을이 함께 사라지는 줄 알았다"는 지역 주민의 말처럼, 고한초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공간이 다시 살아나면서, 지역 공동체도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무리: 사라지지 않은 기억,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힘
폐교는 더 이상 ‘쓸모없는 공간’이 아닙니다. 고한초등학교의 사례는, 사라진 기억의 공간이 다시 지역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작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이처럼 지역 문화재생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고한초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었고, 전국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폐교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메시지, 그 출발선에 고한초가 서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