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노트북 하나와 안정된 인터넷 환경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인터넷만 빠른 도시가 아니라, 삶의 밀도와 속도, 비용과 안정을 모두 고려한 공간을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헝가리(Hungary)입니다.
유럽연합(EU) 국가이자, 합리적인 물가와 안정된 인프라를 갖춘 중부 유럽의 심장부.
헝가리는 2022년부터 ‘화이트 카드(White Card)’라는 이름의 디지털 노마드 전용 비자를 공식 도입하며 유럽 내 디지털 노마드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헝가리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조건과 신청 절차, 그리고 실제 체류자 입장에서 바라본 삶의 방식과 준비 사항을 서술형으로 자세히 정리하겠습니다.
헝가리 ‘화이트 카드’ 비자 제도란?
헝가리 정부는 2022년부터 비유럽 연합(EU)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화이트 카드(White Card)’ 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비자는 기본적으로 원격근무를 하는 외국인 프리랜서 또는 원격 고용인이 헝가리에 최대 1년간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체류 허가입니다.
특히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신청 요건이 명확하고, 서류 준비도 상대적으로 간단해 실용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EU 국가 국민일 것
. 외국 기업에 원격근무 중이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을 것
. 헝가리 내 기업이나 기관에서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을 것
. 월 평균 소득이 약 2,000유로(한화 약 300만원)를 넘을 것
. 체류 기간 동안 거주지 확보 및 건강보험을 유지할 것
화이트 카드의 체류 기간은 기본 1년이며, 추후 조건 충족 시 최대 1년 연장 가능, 총 2년간 체류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이 비자의 가장 큰 장점은, 헝가리 체류 중 외국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이 면제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장기 체류 시 세금 신고 의무 여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체류 전 세무사나 회계사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자 신청은 온라인 또는 헝가리 외교 공관을 통해 가능하며, 기본적으로는 출국 전 신청 및 승인을 받는 방식입니다.
심사에는 약 30~60일이 소요되며, 서류 완비 여부에 따라 변동됩니다.
부다페스트, 유럽 속의 실속 있는 노마드 도시
헝가리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간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를 거주지로 선택하게 됩니다. 이 도시는 단순히 행정적 수도일 뿐 아니라, 중유럽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스타트업의 중심지입니다. 매년 수천 명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부다페스트를 찾아와 저렴한 생활비,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글로벌 커뮤니티, 그리고 매력적인 야경 속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갑니다. 부다페스트는 물가 대비 삶의 질이 매우 높은 도시입니다.
월세는 중심지 기준 스튜디오형 아파트가 400~700유로, 외곽 지역은 300유로 선까지도 가능하며, 대중교통, 식비, 커피, 외식 등도 유럽 평균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인터넷 속도는 유럽 내에서도 상위권이며, ‘Impact Hub’, ‘Loffice’, ‘KAPTÁR’와 같은 전문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도시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노트북만 들고 나가면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다페스트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도시입니다.
업무 외 시간에는 고성(城), 미술관, 온천, 재즈바, 루인펍 등 풍부한 여가 콘텐츠를 통해 ‘회복하는 삶’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도시 전체가 조명을 밝히며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변신하는데, 이 아름다운 풍경은 번아웃된 일상에 치유와 재충전을 선사해 줍니다.
체류 전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사항들
헝가리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통한 체류를 계획한다면 단순한 서류 준비 외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현실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건강보험 가입은 필수입니다. 화이트 카드 신청 시 유효한 국제 건강보험 증서를 제출해야 하며, 현지 진료비가 저렴하더라도 긴급 상황에 대비한 충분한 커버리지가 필요합니다.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SafetyWing’, ‘Cigna’, ‘Allianz’ 등의 보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거주지 확보 및 임대 계약입니다. 헝가리에서는 비자 신청 시 거주 예정 주소와 계약서 제출이 필수이므로, 신청 전에 에어비앤비나 현지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최소 6개월 이상 거주 가능한 숙소를 계약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서에는 헝가리어와 영어가 병기된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며, 공증 요구 여부는 지역 이민국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셋째, 출입국과 체류일 계산에 주의해야 합니다. 헝가리는 솅겐협약 국가로, 솅겐비자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이트 카드는 일반 관광비자와 별개로 관리되므로, 입국 일자 및 체류 갱신 시점 등을 정확히 계산해야 하며, 중간에 여행이나 일시 출국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비자 유효성 확인이 필요합니다.
넷째, 세금 문제 확인입니다. 헝가리는 원칙적으로 외국 소득에 과세하지 않지만, 183일 이상 체류 시 거주자로 분류될 수 있고, 이는 본인의 세무 거주지 이전 여부, 소득 발생지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 법인 대표 등은 본국과 헝가리 간 이중과세방지 협정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며, 현지 회계사와 간단한 상담을 거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맺음말: 합리적인 삶의 터전, 부다페스트에서 새롭게 시작해보세요
디지털 노마드에게 ‘어디서 사는가’는 곧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헝가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고 단단한 나라입니다. 행정 절차는 합리적이고, 사람들은 조용하며, 도시는 예술적이고, 무엇보다 유럽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이점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무겁지 않은 생활비, 세금 부담 없는 체류, 그리고 유럽 전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조건까지.
이 모든 것이 당신의 디지털 노마드 여정에 유럽 중심의 새로운 루틴을 선물해줄 것입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유럽 체류, 비용 부담, 삶의 질. 이 네 가지 고민이 모두 균형 잡히는 나라. 그 이름이 바로 헝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