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한 이후, 수많은 나라들이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받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조지아(Georgia)입니다.
흔히 미국의 조지아주로 혼동되기도 하는 이 나라는, 실제로는 동유럽과 서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 유럽 문화와 아시아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조지아는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유럽 대신 선택하는 이유가 확실한 나라입니다. 최장 1년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저렴한 생활비, 아름다운 자연경관, 활발한 커뮤니티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조지아가 디지털 노마드에게 최적의 목적지인 이유를 비자 제도, 추천 도시, 체류자의 실제 생활 조건을 중심으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조지아는 왜 디지털 노마드에게 이상적인가?
조지아가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 국가로 떠오른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파격적인 체류 정책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위해 엄격한 소득 요건이나 서류 준비를 요구하는 반면, 조지아는 대부분의 국가 국민에게 365일 무비자 입국과 체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약 90개국 국민은 조지아 입국 시 별도의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며, 입국일로부터 최대 365일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습니다. 이 체류 기간 동안, 외국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며 생활하는 데 어떤 법적인 제약도 없습니다. 즉,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조지아에 1년간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지아 정부는 이를 ‘Work from Georgia’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한때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프리랜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조지아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들 중 다수가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 정착하여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공동 작업 공간, 외국인 전용 숙소, 영어 교육 커뮤니티 등도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즉, 조지아는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도 장기 체류가 가능하고, 디지털 노마드들이 필요한 생활 인프라를 자연스럽게 갖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트빌리시에서 살아보기 — 일과 여유가 공존하는 도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입니다. 이곳은 역사적인 유적지와 현대적인 건축물, 고대 도시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도시 전체가 아기자기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풍기며, 카페, 갤러리, 음악 바, 공유 오피스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트빌리시는 생각보다 넓지 않으며, 대부분의 상업지구와 주거지는 도보 또는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물가 또한 매우 저렴한 편으로, 원룸 임대료는 평균 300500달러 수준이며, 현지 식당에서는 57달러 정도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룸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유럽이나 한국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는 베라(Vera), 사브루타로(Saburtalo), 솔로라키(Sololaki) 지역입니다. 이 지역들에는 외국인 친화적인 카페, 헬스장, 수영장, 언어 교환 모임 등이 있으며, 영어나 러시아어로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현지 조지아어를 몰라도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으며, 점차 조지아 정부 차원에서도 영어 공공 표지판 확대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트빌리시 외에도 바투미(Batumi), 쿠타이시(Kutaisi) 같은 해안 도시들도 디지털 노마드들이 점점 주목하는 곳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바투미로 넘어가 해변에서 일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이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트빌리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동시에 자연과 역사적 풍경이 함께하는 치유의 도시입니다. 가볍게 주말마다 근교 온천이나 산악 지대, 포도밭 마을을 여행하면서 지친 일상을 달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루에 4~5시간만 일해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물가와 분위기 덕분에, 조지아는 ‘진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체류 전 확인해야 할 정보와 주의점
조지아는 분명 디지털 노마드에게 매우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그러나 장기 체류를 계획하고 있다면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비자는 필요 없지만, 체류 등록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1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행정 절차가 생략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폰을 장기 계약하려면 거주지 등록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임대차 계약서도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거주지 등록 여부와 필요 서류를 현지인 혹은 중개인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의료 인프라가 유럽 수준에 비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트빌리시 중심부에는 국제병원 및 영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지만, 작은 도시나 외곽 지역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낮습니다. 따라서 장기 체류를 계획 중이라면 국제 건강보험 가입은 필수이며, 응급 상황 시 대비책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통신과 인터넷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지역에 따라 속도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페와 숙소, 오피스에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고 속도도 안정적인 편이지만, 고용량 업로드나 스트리밍, 원격 화상회의 등이 잦은 경우라면 반드시 사전에 속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노마드는 자체 모바일 핫스팟 장비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으로의 전환은 제한적입니다. 조지아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체류 기간은 어디까지나 ‘비영주권’ 범위 내에서의 우대일 뿐입니다. 장기 거주 이후에도 자동으로 영주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별도의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발급됩니다. 이에 따라 ‘잠시 살아보기’에는 좋지만, ‘정착’을 목표로 한다면 추가 정보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조지아, ‘복잡하지 않은 삶’을 위한 선택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은 점점 더 복잡하지 않은 도시, 느긋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조지아는 그런 사람들에게 최적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번거로운 비자 절차 없이 1년간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국가, 일하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휴식과 작업의 균형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 조지아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나라’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낮은 물가, 따뜻한 사람들, 유럽과 아시아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고 단순한 체류 환경.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조지아는 많은 이들이 ‘한 번 가면 떠나기 힘든 나라’라고 표현합니다. 일과 삶, 여행과 안정, 그리고 개인의 성장을 모두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조지아는 지금 당신이 주목해야 할 나라입니다.